2020년 방영된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K-드라마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단순한 청춘 성장물이나 복수극으로 보일 수 있는 이 드라마는, 사실 한국 사회의 계층 구조와 사다리 붕괴 현상을 은유적으로 녹여낸 작품이다.
그 중심에는 ‘이태원’이라는 공간, 그리고 ‘언덕길’이라는 시각적 상징이 있다.
🧗♂️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 시각적 상징과 서사의 만남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는 불합리한 현실에 맞서 싸우며 ‘단밤’을 창업하고, 대기업 ‘장가’에 도전장을 내민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언덕길’ 장면이다.
단밤이 위치한 골목은 항상 계단이나 오르막길을 지나야만 도달할 수 있고, 새로이의 숙소 역시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반복적 장면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의 삶이 얼마나 가파른 오르막 길인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를 보면, 새로이는 자주 땀을 흘리며 계단을 오르고, 그 위에서 결심하거나 고통을 삼키고 내려다보곤 한다.
이 구조는 《기생충》에서 계단이 ‘하강’의 상징이었다면,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등반’의 은유로 기능한다.
그러나 그 언덕길은 생각보다 멀고, 가파르고, 많은 대가를 요구한다.
💼 장가 vs 단밤 – 사다리 없는 사회에 대한 비판
장대희 회장과 그의 아들 장근원은 태생부터 상층부에 위치한 인물이다.
그들은 이태원 골목이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 빌딩 숲 속에서 등장하며, 늘 평지를 걷는다.
반면 박새로이는 학교 중퇴, 전과자, 무일푼 창업이라는 사회적 약자 서사를 지닌다.
《이태원 클라쓰》는 이 구조를 통해 한국 사회의 ‘사다리 붕괴’ 문제를 드러낸다.
즉,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특정 집단에게만 열려 있는 계층 상승의 통로를 비판하는 것이다.
해외 시청자들은 이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인도 등 각국의 리뷰어들은 “이 드라마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청년 세대의 분투를 그린 계급 드라마”라며 호평했다.
글로벌 커뮤니티에서도 “한국의 ‘금수저/흙수저’ 개념이 강하게 느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 왜 외국인도 이 드라마에 공감했을까?
흥미롭게도, 《이태원 클라쓰》의 배경은 매우 한국적인 장소인 ‘이태원’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는 전 세계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장벽을 다룬다.
미국의 대학생은 학자금 대출, 프랑스 청년은 높은 실업률, 일본 청년은 장기 경기 침체 등
각국의 청년 세대가 겪는 “희망 사다리 붕괴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이태원 클라쓰》는 언어적 장벽을 뛰어넘어, 글로벌 세대의 분노와 공감을 동시에 자극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 “계단을 오르는 것”이 과연 희망일까?
하지만 드라마는 무조건적인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박새로이가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 그 사이에 그는 수많은 실패, 희생, 절망을 겪었다.
그 언덕은 단순히 오르면 끝나는 구조물이 아니라,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고,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불안정한 지형이다.
《이태원 클라쓰》의 결말은 박새로이의 성공으로 끝나지만, 시청자는 알게 된다.
이 성공이 얼마나 예외적인지, 그리고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언덕이 아니라는 사실을.
✍️ 마무리: 드라마를 통해 본 오늘의 청춘
《이태원 클라쓰》는 단순히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벽과 계급 장벽을 인식하고, 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싸움은 고독하고, 비효율적이며, 때로는 허무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 언덕을 오르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오늘날의 청춘에게 가장 현실적인 응원이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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